동물 세개

120년간 사진 한 장 없던 라이엘산땃쥐

이모이모 2025. 2. 9. 09:21

▣▣,120년간 사진 한 장 없던 동물.마침내 카메라에 포착

123년 전 처음 발견된 이후 한 장의 사진도 존재하지 않던 라이엘산땃쥐가 마침내 카메라에 포착됐다.

뾰족한 코와 회갈색 털을 지닌 라이엘산땃쥐는 몸길이 10cm, 몸무게 3g로 땃쥐과 중에서도 가장 작은 포유류다. 1902년 한 생물학자가 처음 발견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 동부에서만 목격됐다.

하지만 이 작은 동물은 대부분의 시간을 지하에서 보내기 때문에 100년 넘게 사진 촬영에 성공한 적이 없다. 워낙 신진대사도 빨라 2시간마다 먹지 않으면 굶어 죽는 탓에 움직임이 잽싸고, 포획을 위해 함정을 파더라도 주기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그대로 목숨을 잃기 쉽다.

이 때문에 라이엘산땃쥐는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에 서식하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사진 기록이 없는 종으로 남아 있었다. 인터넷에 '라이엘산땃쥐'를 검색하도 사진은 없고 짧은 설명이 전부였다.

이 신비로운 동물의 모습을 직접 기록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대와 애리조나대 학생 3명이 나섰다. 캘리포니아 어류·야생동물국의 허가를 받은 이들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3일간 탐험하며 촬영에 도전했다.

연구진은 개울과 습지 주변에 작은 구멍 150개를 파고 밀벌레로 채워진 함정을 설치했다. 라이엘산땃쥐의 특성을 고려해 두 시간마다 함정을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 결과, 라이엘산땃쥐를 포함한 4종의 땃쥐 총 15마리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서로 다른 종이지만 동일한 서식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포획한 라이엘산땃쥐를 넓은 상자로 옮겨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행동을 관찰한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123년 만에 '살아있는' 라이엘산땃쥐의 몸길이를 공식적으로 측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연구진은 촬영된 사진이 라이엘산땃쥐 보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라이엘산땃쥐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 '특별관심종(Special Concern)'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 환경보전기구 네이처서브(NatureServe) 분류에서는 취약(G3) 등급을 받았다. 

특히 2015년 한 연구에서는 기후위기로 2080년까지 라이엘산땃쥐의 서식지 최대 89%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버클리대 학생 프라크리트 제인은 "생물다양성이 빠르게 줄어드는 시대에, 멸종위기를 견디며 살아가는 존재를 기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