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세개

새끼 품고 1만km 비행한 개구리들

이모이모 2025. 2. 12. 11:14

▣▣,새끼 품고 1만km 비행한 아빠 개구리들

 

깊은 숲속에 살던 멸종위기 개구리들이 무려 1만킬로미터나 떨어진 한 동물원에서 새끼들을 낳게 됐다. 새끼를 낳은 개구리는 모두 수컷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다윈코개구리(Darwin’s frog)는 1834년 찰스 다윈에 의해 처음 발견된 종으로, 양서류 중에서도 번식 방법이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먼저 다윈코개구리 암컷이 숲 바닥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이를 삼켜 울음주머니 속에 품는다. 올챙이들은 울음주머니에서 안전하게 성장해 개구리로 변태한 뒤 아빠의 입을 통해서 비로소 세상에 나온다. 이때 한 번에 3~7마리의 개구리가 태어난다.
그런데 칠레 남부 숲속에 사는 이 다윈코개구리가 재작년 하루아침에 극심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 원인은 양서류에게 치명적인 항아리곰팡이(양서류 호상균). 2023년 조사 결과,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이 서식 지역에서 다윈코개구리 개체수가 1년만에 9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런던동물학회(ZSL) 연구진은 멸종 위험에 놓인 다윈코개구리를 구하기 위해 긴급 구조 작전을 실행했다. 바로 다윈코개구리의 주요 서식지에서 건강한 개체를 찾아 런던동물원으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칠레 남부 칠로에섬에 위치한 탄타우코 공원에서 5일 동안 총 53마리의 건강한 다윈코개구리를 찾아냈다. 이후 연구진은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수한 상자 등을 이용해 장장 35시간에 걸쳐 개구리들을 동물원으로 이송했다. 연구진은 이송 도중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수컷 개구리들 중 11마리가 울음주머니에 올챙이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런던동물원에 도착 후, 개구리들은 기존 서식지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기온, 강우량, 조명, 식생까지 탄타우코 공원과 유사하게 조성된 특별 시설로 옮겨졌다. 환경에 적응한 후, 올챙이를 품고 있던 수컷 개구리 11마리는 총 33마리의 새끼 개구리를 세상에 나오게 했다. 새로 태어난 개구리들은 몸길이가 5mm에 불과했다.

ZSL 연구팀은 "다윈코개구리들의 탄생은 이 종을 보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순간"이라며, "부모 개구리가 직접 새끼를 키워낸 것은 종의 희망을 상징하는 강력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다윈코개구리의 번식을 계속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다시 칠레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양서류에게 재앙과도 같은 최악의 바이러스
한편, 다윈코개구리를 멸종위기에 빠뜨린 항아리곰팡이(양서류호상균)는 양서류의 피부에 감염을 일으켜 케라틴 조직을 파괴하고 심장마비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감염된 개체를 몇 주 안에 폐사로 몰아넣을 만큼 강력하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 퍼져 많은 양서류를 멸종위기에 빠뜨렸는데, 지금까지 최소 500여 종의 양서류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이 중 90종 이상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과학자들은 양서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항아리곰팡이 백신, 치료제 등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해에는 해당 바이러스가 28도 이상의 온도에서 확산을 멈추는 것에 착안, 개구리의 체온을 높일 수 있는 개구리 사우나 등 솔루션이 제안됐다. 

개구리 사우나는 햇빛을 잘 흡수하는 벽돌 등에 구멍을 뚫어, 개구리들이 그 속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만든 인공 구조물이다. 구멍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개구리의 습성에 착안했다.

호주 연구진의 연구 결과, 개구리 사우나를 자주 드나든 개구리의 체온이 그렇지 않은 개구리보다 6도 더 높았고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일부 개체는 시간이 지나 체내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체온을 높여 감염에서 벗어난 개구리는 감염 위험을 벗어날 확률이 일반 개구리에 비해 2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