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군 철마 미동마을회관을 지나 도착한 아홉산숲, ‘아홉’이라는 지명은 아홉 개의 봉우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남명 문씨 집안에서 9대에 걸쳐 관리해 왔다는 52만8천925㎡ (약 16만평) 규모의 숲에는 훼손되지 않은 시간이 산다. 시간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산토끼와 고라니와 딱따구리를 불러들이고, 서로를 지켜온 커다란 숲 마을에는 바람과 햇살과 구름과 사람들이 쉬어 간다.
오직 숲 가꾸기에만 열중한 숲지기 덕분에 온갖 생명들이 깃들어 알콩달콩 살아간다. 꿩, 멧비둘기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이끼와 버섯들도 봄이 왔다고 손짓한다.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벚꽃 폭설이 내리던 날, 카메라를 든 연인 두어 커플에 이어 형광색 조끼를 입은 30여명 유치원생들이 조잘조잘 기장 아홉산숲을 찾았다. 대나무 숲, 보호수인 금강소나무 숲, 참나무 군락, 진달래 군락, 편백나무 숲, 삼나무 조림지, 은행나무 등은 숲 마을을 이루는 중요한 나무 가족이다. 죽순이 봄기운에 못 이겨 근질거리는 몸통을 뽑아 올린다. 대숲 옆의 층층나무가 폭죽처럼 하얀 꽃송이를 터뜨린다. 숲 해설사에게 듣는 숲지기 일가의 내력도 흥미진진하다. 까마득한 임진왜란 때 난리를 피해 이곳에 정착하면서 숲을 지키고자한 일념 하나로 버텼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그리고 오늘날까지 대나무의 절개처럼 흔들림 없었던 옹고집이 우리에게 선물한 생태공간이다. 매표소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관미헌(觀薇軒)이란 당호의 한옥이 나오는데 문씨 집안의 종택이다. ‘관미헌’이란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라는 숲지기 집안의 정신이 담겨 있다.
주소;부산시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