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종이 땡땡땡
땡땡! 땡땡땡! 학교종이 울린다.
뭘 꾸물대. 빨리 학교 가거라 이놈아! 오늘도 지각이다.”
어머니는 아침상을 치우면서 책보를 챙기는 아이에게 소리 지른다. 양지바른 담벼락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웃집 아이들은 기다리다 못해 먼저 학교로 가버렸다
학교에서 십리 밖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지각하는 일이 없다. 교실 뒷쪽에서 걸상을 쳐들고 벌을 받는 축들은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다. 벌을 서면서 킥킥거리다가 머리통을 쥐어 박히기도 한다. 그래도 다음날 또 지각이다.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 누런 공책에 꾹꾹 눌러 글씨를 쓰며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서 남주냐라고 외치던 천둥벌거숭이 시절의 추억속에 땡땡땡, 학교 종이 있다.
이제 그 종은 역사가 오래된 학교에 간혹 기념물로 걸려있는 골동품일 뿐이다. 울기를 포기한 종은 그 신세가 참으로 가련하다.
80년대 초반부터 도시 또는 농촌에 전기가 들어가면서 학교마다 방송시설을 갖추어 음악소리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역할을 빼앗긴 학교 종은 성대한 고별식도 없이 창고로, 고물상으로 갔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종이 어떻게 생겼으며, 용도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종소리는 학교 안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약속이었다. 학생들은 종소리가 나면 무엇을 알리는 소린지 곧바로 알아채고 상황에 맞게 부리나케 움직였다. 수업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노는데 코가 빠져 있다가 종소리를 듣지 못해 혼쭐이 나기도 한다.
종을 치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환이나 교무실에 남아 있는 선생님, 교감 선생님, 누구든 종칠 시간이 되면 교무실 창문을 열고 종에 달린 줄을 당긴다.
헐렁한 고무신을 신고 허리나 어깨에 책 보따리를 매고 다녔던 세대들에게 학교 종소리는 학창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동심에 젖게 하는 추억의 소리다.
요즘은 학교 주변이 온갖 소음으로 어수선하다. 조용하고 아늑한 시골 교정에 맑게 울려 퍼지던 학교 종소리. 땡땡땡! 예불을 알리는 범종처럼 은은한 그 소리가 그립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교무실 앞에 걸려 있는 학교 종
▲그토록 싫던 학교 종 이제는 그립고 그리워라
▲선생님이 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네
학교가는 길은 항상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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