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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칩 이식' 2차 실험 앞둔 뉴럴링크

이모이모 2024. 7. 29. 09:31

▣▣,뇌에 칩 이식' 2차 실험 앞둔 뉴럴링크, 올해 말 7~9명 추가 시술 예정

[WEEKLY BIZ] [Weekly Biz 5Q] 1차 실험에선, 시술 한 달만에 컴퓨터와 사물 조종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실험 계획을 밝히며 뇌과학 기술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지 주목받고 있다. 이달 중순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1주일 정도 후에 두 번째로 인간의 뇌에 칩 이식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뉴럴링크가 하는 뇌 칩 이식은 전신 마비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일명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뇌 신호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지난 1월 28일 첫 번째 인간 대상 실험을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정상적인 작동을 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1. 뉴럴링크 기술 어디까지 왔나

뉴럴링크가 두 번째 실험 대상자를 찾게 된 것은 이미 첫 번째 이식 대상자의 실험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 때문이다. 머스크는 첫 번째 실험 대상자인 놀런드 아르보(29)의 이식이 시행된 다음 날 그의 뇌가 텔레파시(뉴럴링크의 칩 이름)를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가 생각만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고 발표했다.

실제 아르보는 지난 5월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칩 이식 후 독립적인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6년 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전신 마비가 왔고, 뉴럴링크의 칩 이식을 받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주변 사람에게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어떤 오디오북을 들을지나 어떤 TV 채널을 볼지 스스로의 의지대로 할 수 있게 됐다. 때로는 주 최대 70시간까지도 인터넷 검색이나 게임 등에 시간을 쓴다고 한다. 그는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일은 매우 쉽다”며 “TV를 보면서 동시에 체스 같은 게임을 할수도 있다. 특별한 두뇌 회전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뉴럴링크의 텔레파시에는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실 64개가 있고 이 실 끝부분에 달린 전극이 두뇌의 운동 피질에 삽입돼 신호를 전달하는 구조인데, 일부 실이 뇌와의 연결 부위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뉴럴링크 측은 이에 “아르보에 이식된 채널의 약 15%만 작동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매우 안정적”이란 설명이다.

 

◇2. 2차 실험, 뭐가 다른가

첫 번째 인간 대상 실험에서 성과를 거둔 뉴럴링크는 이제 두 번째 실험을 앞두고 있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 5월 두 번째 신청자 모집에 나섰다. 모집 당시 그는 “생각만으로 휴대폰과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게 하는 수술”이라며 “경추 척수 손상 또는 루게릭병으로 양손 사용이 어려운 환자의 신청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실험에서 뉴럴링크는 아르보에게서 나타났던 몇 가지 문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첫 번째 환자에게서 그랬던 것처럼 전극이 뇌에서 떨어질 위험을 줄이기 뇌에 더 깊숙이 실을 삽입하고, 수술 후 두개골 안에 남은 공기 주머니를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수술 후 뇌와 두개골 사이에 남아있던 공기로 인해 실이 움직였을 것이라 추정하고 이런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칩과 뇌 사이의 정보 전달 효율성을 위해 삽입하는 실의 수는 128개로 지금(64개)의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올해 내로 한 자릿수 후반의 환자들에게 이 기술을 적용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연내 적게는 7명, 많게는 9명까지 실험 대상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3. 뉴럴링크의 최종 목표는

뉴럴링크의 양적인 목표는 실험 대상을 늘리는 것이지만,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적잖다. 머스크는 현재 뉴럴링크를 통해 시각 장애인의 시력을 회복시키고, 사지 마비 환자의 근육 운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다. 첫 번째 뉴럴링크 이식을 받은 아르보는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인 옵티머스에 명령을 내려 간병인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거나, 자율주행 차량에 연결해 주소만 설정하면 원하는 곳도 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은 미래를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뉴럴링크 개발로 머스크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AI가 문명에 끼칠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는 최근 라이브 스트리밍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머스크는 향후 AI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순간이 오면 인간이 AI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인간이 AI를 지배하기 위해선 인간의 지능이 AI 수준으로 높아져야 하고, 그를 위해선 인간의 뇌가 컴퓨터에 연결돼야 한다고 본다.

 

◇4. 뉴럴링크만 할 수 있나

사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사물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뉴럴링크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라고 부르는데 이미 20년 전부터 뇌과학 학계에선 활발한 연구가 진행돼왔다.

실제 미국의 ‘블랙록 뉴로테크’는 2004년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실험에 처음 성공했고, 2012년엔 뇌졸중으로 목 아래가 마비된 여성의 뇌에 100개의 전극을 가진 센서를 이식해 로봇 팔을 움직여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반신마비 환자가 뇌로 조종하는 로봇 슈트를 입고 걸음을 걷게 하거나 마비 환자가 의수를 통해 촉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뉴럴링크의 가장 큰 차별점은 이런 신호 전달을 ‘무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뉴럴링크는 전선을 두피에 연결한 채로 움직이는 수고를 덜고, 뇌 속에 숨겨놓은 칩 하나로 컴퓨터나 사물을 조종할 수 있게 한다. 뉴럴링크의 통신은 블루투스를 통해 이뤄지며, 충전도 무선으로 할 수 있다. 뉴럴링크는 “무선 방식으로 비행기에서도 사용 가능하고, 모든 전자기기에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위험요소는 없나

뉴럴링크가 무선 연결 방식 등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실험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 회사엔 여전히 위험 요소가 있다. 특히 뉴럴링크의 위험 요소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뉴럴링크를 이끄는 머스크 자신이다.

보수적인 과학계에서는 머스크의 방식이 지나치게 전시적이고 말만 앞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머스크는 지난 10일 ‘일주일 뒤’ 두 번째 실험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험 관련 내용은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머스크가 테슬라의 신모델을 출시를 공헌한 뒤 몇 번이나 번복한 것이 뉴럴링크에서도 반복되는 셈이다.

뉴럴링크의 불투명한 경영 방식은 이런 비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자사의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돼 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한정적인 정보만 준다. 이 같은 정보 제공 방식이 신뢰도를 깎아 먹는다는 것이다. 의학 전문지 스탯(STAT)은 “신경공학과 무관한 학술지에 올린 데다 저자를 ‘일론 머스크’와 ‘뉴럴링크’로 기재한 이 회사의 논문은 과학 출판의 표준에서 벗어난다”며 “윤리적인 의료 연구의 초석은 실험 참여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포브스도 “초인적인 속도로 로봇 팔다리를 제어하거나 생각만으로 옵티머스를 움직이게 하는 건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문가들은 회사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뉴럴링크의 기술이 실제 세계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