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 노른자, 알고 보니 ‘지방흡수 방패막’
찐 계란을 먹을 때 노른자는 빼고 흰자만 먹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난황(卵黃) , 즉 계란 노른자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 성분 때문이다.
실제로 수치로만 보면 계란 한 개 속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은 250㎎ 안팎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적정 섭취량인 300㎎ 이하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간에 지방이 쌓이고, 간 손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 또 각종 심혈관계 질환으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계란 노른자에 대한 이같은 우려는 레시틴이라고 노른자에 풍부하게 함유된 영양성분을 모르기 때문에 비롯된 기우다.
레시틴은 1850년경 프랑스 과학자 모리스 고골리가 계란 노른자에서 발견한 성분으로 비타민F라 불리는 필수지방산과 인, 콜린, 이노시톨이 결합된 복합물질이다. 레시틴은 모든 생물의 뇌나 간장 등에 많이 함유돼 신경전달이나 효소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레시틴이 혈전, 심장, 동맥경화증, 고혈압 및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이 인체의 혈액 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방해해 지방간을 유발하는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을 막아준다.
이뿐 아니다. 레시틴은 인체의 지방을 직접 분해하는 기능도 겸비하고 있다. 레시틴은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는 독특한 성질, 즉 유화력을 갖고 있어서 인체 안의 지방을 작은 입자로 만들어 준다. 이같은 레시틴의 유화작용으로 인해 지방 대사가 촉진돼 지방간을 예방한다.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부분은 각종 실험으로도 입증돼 있다. 한국영양학회지에 의하면 1주일간은 매일 2개의 난황을 섭취하게 하고 다음 주에는 매일 4개의 난황을 섭취하게 한 결과, 혈액 콜레스테롤 농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일대 예방의학 센터에서 정상이거나 약간의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중년 남녀를 대상으로 6주간 실시한 실험에 의하면, 1일 2개의 계란을 더 섭취해도 혈액 콜레스테롤이 증가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음식으로 섭취된 계란 노른자의 콜레스테롤은 혈액 콜레스테롤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단백질과 수분으로만 이어진 계란 흰자와 달리 노른자에는 레시틴 외에도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이는 병아리의 부화과정을 살펴보아도 곧 알 수 있다. 노른자 위에 하얀 반점처럼 붙어 있는 병아리 태아는 부화 초기에는 흰자를 통해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다가 며칠이 지나 영양분이 많이 필요하게 되면 단백질뿐 아니라 지방이 풍부한 노른자에서 영양공급을 주로 받는다.
노른자의 셀레늄은 항산화제 역할을 하며, 리보플라빈은 체세포 내에서 에너지 생산을 도우며 각종 비타민과 아연 칼슘 등의 무기질도 풍부하다. 특히 눈의 건강에 관여하는 루테인, 제아잔틴 등의 성분은 백내장을 예방해 준다.
한편 계란의 영양성분을 최대한 많이 섭취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식성에 맞는 요리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단 섬유소가 들어 있는 채소와 함께 조리를 하거나, 비타민 C가 들어있는 야채와 함께 먹으면 더욱 완벽하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또 일각에선 유정란이 선호되는데 이는 영양학적인 차이보다 계란의 생산과정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무정란은 대개 한 마리의 닭이 하루 1개의 계란을 생산하지만 유정란은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적다. 유정란의 경우에는 암탉과 수탉의 교미에 의해서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유정란은 부화 과정을 거칠 경우 병아리로 태어난다. 이처럼 유정란이 생명체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영양학적인 차이에 대한 연구보고는 알려져 있지 않다.
<도움말 = 강근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계란 노른자에는 지방간을 예방해주는 레시틴 외에도 각종 비타민과 아연, 칼슘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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