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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 나시찬의 추억

이모이모 2023. 10. 30. 19:16

▣▣,전우’ 나시찬의 추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시찬, 허영, 김상훈, 박해상, 윤덕용, 천정우, 서상익, 장항선. 이현두, 안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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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여 년 전 70년대 중반, 매주 토요일 오후면 곰 PD또래의 사내아이들을 흑백 텔레비젼 앞에 불러 모았던 인기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바로 KBS의 간판 반공 드라마였던 ‘전우’였죠. 북한군을 괴뢰군이라고 부르던 그 시절, 잔인무도한 괴뢰군들을 용감무쌍하게 무찌르던 국군의 활약은 곰PD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엔 좁은 골목마다 동네 조무래기들의 전쟁놀이가 벌어졌고, 월요일 학교에선 공책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전우’의 뒷이야기가 이어졌죠. 남성 트리오 ‘별셋’이 부른 전우의 주제곡도 어떤 대중가요 못지않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 나시찬 씨.

▲극중 김 소위가 애용하던 M3 기관단총. 유년시절 곰PD의 로망이었습니다.

 

드라마 ‘전우’는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을 촬영하는 홈드라마가 대부분이었던 시절에 거의 100% 야외촬영에 대규모 엑스트라(대개는 현역 군인들이었다죠)가 동원되어 제작된 본격적인 전쟁드라마였습니다. 애초에 1975년 6월, 한국전 25주년 특집으로 기획되었던 ‘전우’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1977년 4월까지 방송되었죠. 연출은 ‘장길산’, ‘야인시대’의 장형일 프로듀서와 ‘토지’를 연출한 ‘김흥종’ 프로듀서가 번갈아 가면서 맡았습니다. 출연진은 故 나시찬을 비롯하여 선임하사역의 故 강민호, 장항선, 송재호, 인민군 장교로 단골 출연하던 이일웅 씨 등이었죠. 하지만 이 드라마의 히어로는 단연 나시찬 이었습니다. 국군 소대를 이끌던 숯 검댕이 같은 짙은 눈썹에 부리부리한 눈매를 한 김 소위, 아니 “소대장님”역의 故 나시찬은 곰PD뿐만 아니라 모든 사내아이들의 우상이었죠. 어린 곰PD는 소대장이 군인 중에 제일 높고 멋있는 사람인줄 알았으니까요. 제 또래 아이들 중에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소대장이요.”라고 말하지 않았던 아이가 얼마나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우에서 ‘소대장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화면 아래로 시꺼먼 줄이 지나가면서 ‘그동안 소대장 역으로 열연한 나시찬 씨가 지병으로 사망하였습니다. KBS와 KBS 극회원들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고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라는 자막이 나왔죠. 그의 나이 서른일곱이었습니다. 평소 지병이 있었지만, 매주 쉬지 않고 계속 진행되던 촬영일정 때문에 몸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것이 병을 키웠던 것이었죠. 조무래기들 사이에선 사실은 그가 간첩에게 피살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떠돌았습니다. 어쨌든 나시찬의 부재는 ‘전우’를 왠지 시들하게 만들었고, 몇 년 뒤 전작에 선임 하사 역으로 출연했던 강민호씨가 소대장을 맡은 같은 이름의 후속작이 나왔지만 재미는 예전보다 못했습니다. 그 강민호씨도 10여 년 전 세상을 떠나 이미 고인이 되었습니다. 벌써 30여년이 훌쩍 지나버렸으니, 함께 TV 앞에서 손에 땀을 쥐었던 유년시절의 친구들은 이젠 중년이 되어있겠지요. 어쩌면 그 친구들도 전우를 떠올리며 옛날을 추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곰PD의 어린 시절 ‘영원한 소대장님’을 추억하며 별셋이 부른 전우의 주제곡을 올립니다

쓰러진 부하를 부둥켜 안던 소대장님도 이젠 고인이 되었습니다.  

▲이 분이 바로 고 강민호씨.

구름이 간다. 하늘도 흐른다. 피 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빗발치는 포탄도 연기처럼 헤치며 강 건너 들을 질러 앞으로 간다. 무너진 고지위에 태극기를 꽂으면 마음에는 언제나 고향이 간다. 구름이 간다. 하늘도 흐른다. 피 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이 글에 쓰인 이미지와 음원은 인터넷 여기저기서 모은 것들입니다. 원 출처가 불분명해서 표시를 하지않습니다. 양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