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피 검사로 '치매' 잡아낸다
▣▣,세계 최초로 찾은 피 검사로 '치매' 잡아낸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면서 퇴행성 뇌 질환인 치매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치매는 환자 삶을 파괴할 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에게 어려움을 준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이 속속 승인 받으며 치료의 불씨를 살리고 있지만,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발현되는 특성상 증상만으로 치매 종류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진이 혈액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병리 검출 방법을 개발,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는 UCSF(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메모리·에이징 센터(Memory and Aging Center) 로렌 밴디브레드(Lawren VandeVrede) 교수팀과 국제 공동연구팀을 결성해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이 보이는 임상 모습을 관찰했다.
치매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을 필두로 다양한 원인 질환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각기 다른 임상 양상과 병리적 기전을 지닌다. 임상 증상만으론 구별하기 어렵고, 여러 발병 원인이 섞여있다. 이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 도구에 제약이 많았다. PET 스캔, 뇌척수액 검사,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등이 진단 도구로 활용돼왔으나 각각 제약사항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최근 알츠하이머병 핵심 병리 기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생체 지표인 p-tau217(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치매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의 일종. 차세대 치매 진단 대안으로 주목받음) 물질의 유용성, 전두측두엽 치매 검사 지표로도 활용 가능성을 보유했는지 살피고자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팀은 2008년 8월~2022년 7월 UCSF 메모리·에이징 센터에서 임상 평가를 받고 사후 뇌 조직을 기증한 총 349명(남성 55%, 사망 시 평균 72세)을 연구 대상 집단으로 삼았다. 이는 뇌 병리 확정 코호트와 혈액 데이터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 대상군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등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임상 증후군 환자들이 속했다. 연구팀은 혈액 데이터에서 p-tau217 과 신경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NfL(Neurofilament Light Chain), 신경계 염증 상태를 나타내는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라는 세 가지 바이오마커를 발췌하여 농도를 정밀 분석 장비(SIMOA)로 동시에 살폈다.
혈액 속 p-tau217 물질은 알츠하이머병 신경병리를 진단함에 매우 우수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모든 치매 연관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AUC; Area Under the Curve)를 0.95로 유지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전형적인 알츠하이머 집단에선 0.98에 달하는 정확도(AUC)를 보였으며, 알츠하이머병 집단이 아니라도 0.89의 비교적 정확한 성능을 유지했다.
반면, 바이오마커로 기대를 모았던 NfL과 GFAP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다.(각각 AUC 0.73, 0.75) 또한, p-tau217 물질과 함께 사용하여도 진단 가치를 크게 높이지 못했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전측두엽 치매로 진단된 환자군 중 약 23%는 알츠하이머 병리를 함께 가진 것을 밝혔다. 두 가지 치매 형태가 동반된 경우, 인지 기능 검사 점수(MMSE)를 포함한 기억력, 실행 기능, 시공간 능력 등 인지 영역 전반에 걸쳐 더 나쁜 수행 정도를 나타냈다. 또한, 뇌 뒤쪽 피질 위축이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도 함께 보고했다.
연구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조한나 교수는 "혈액 기반 p-tau217 물질이 다양한 치매 환자군에서 알츠하이머 병리를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연구 성과가 매우 높다. 향후 정확한 감별진단, 치료제 선택, 예후 예측 등에 p-tau217 물질이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 치매 진단과 연구 환경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뿐 아니라, 향후 혈액을 기반으로 치매 조기진단과 치료 대상자 선별 표준 정립에 세계 최정상 그룹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신경과학 분야 세계 최정상 의학 학술지인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최신호에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를 사용한 알츠하이머 및 비알츠하이머 임상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 신경병리학 검출'이란 제목으로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