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세개

세계에서 가장 갈기독쥐

이모이모 2023. 10. 1. 16:08

▣▣한번 물면 심장마비 세계에서 가장 지독한 쥐

동아프리카 갈기쥐, 포식자 보면 독물 저장 옆구리 공격 유도

원주민 코끼리 사냥에 쓰는 협죽도과 식물에서 독물 구해 털에 발라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에만 사는 갈기쥐는 쥐 같지가 않다. 몸 길이만 36㎝에 이르고 북슬북슬한 긴 털은 고슴도치 비슷하다.
 

그러나 야행성에 채식을 주로 하는 이 느릿느릿한 쥐가 포식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경험 없는 사자나 하이에나가 접근해 관심을 보이면 갈기쥐는 얼굴을 어깨에 파묻고 갈기를 세운다. 그리고는 마치 표적처럼 흰색과 검은 띠로 윤곽을 두른 옆구리를 펼쳐 공격하라는 듯 들이댄다.
 

이 부위를 깨무는 것만으로도 포식자는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 간신히 살아난 포식자도 다음부터는 이 쥐를 멀찍이 보는 것만으로도 질겁을 한다

▲포식자에게 옆구리를 드러내 보이는 갈기쥐. 사진=케빈 데콘, 위키미디어 커먼스.

 

갈기쥐는 포유류 가운데 치명적인 독을 지닌 매우 특이한 동물이다. 이 독은 이 지역 특산 식물인 협죽도과의 아코칸테라 나무에서 온다. 쥐는 이 나무껍질을 잘근잘근 씹은 뒤 털에 침과 함께 묻힌다. 원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이 식물의 독을 코끼리를 사냥하는 데 썼을 정도로 맹독성이다

▲갈기쥐가 독물을 얻는 아코칸테라 나무. 맹독성이어서 원주민은 코끼리 사냥에 쓴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조나단 킹돈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자 등 연구진은 31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협회보 비>에 실린 논문에서 오래전부터 독성이 알려졌던 갈기쥐의 형태와 해부 구조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독 물질을 흡수하는 털과 함께, 다른 특별한 행동, 형태 및 해부학적 적응 덕분에 갈기쥐는 포유류에게서는 흔히 보기 힘든 강력한 방어능력을 획득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포유류 가운데 유럽 고슴도치는 두꺼비의 독을 털에 묻혀 이것에 찔린 포식자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갈기쥐처럼 치명적인 독은 아니다.

▲갈기쥐 옆구리 털의 전자현미경 사진. 내부가 다공질이다)(위). 아래는 시간이 지나면서 독물이 전달되는 모습을 잉크로 보여준 것. 사진=<영국왕립협회보 비>.

 

연구진은 주사전자현미경을 이용해 갈기쥐의 옆구리 털이 겉이 선인장 가시처럼 단단하지만 내부는 스펀지 구조여서 아코칸테라 나무의 독물을 흡수해 저장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또 이 독성은 침으로 찔린 상처를 통해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입속의 점막을 통해 바로 전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식자가 한 번 깨무는 것만으로도 급성 중독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갈기쥐에게 특이하게 비대한 침샘에서 나온 침이 이 독물의 효과적인 침투를 돕는 구실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북의 머리를 연상시키는 갈기쥐의 두꺼운 두개골. 사진=<영국왕립협회보 비>.

 

갈기쥐의 두개골도 매우 두터운 뼈로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갈기쥐의 두개골은 장갑을 두른 거북의 머리 같다”고 밝혔다. 따라서 머리를 움츠리면 완벽한 방어막이 형성되는 셈이다.
 

논문은 “(갈기쥐의 완벽한 방어체계는) 포식자가 진화에서 얼마나 강한 선택 압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코칸테라 나무의 독물을 이용하는 전문화의 대가도 치러야 해, 이 나무가 사라지면 갈기쥐의 방어막도 사라지는 취약점이 생겼다고 논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