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세개

멸종동물 RNA 최초로 복원했다

이모이모 2023. 9. 22. 05:43

▣▣ 사이언스샷 멸종동물 RNA 최초로 복원했다

132년 된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서 추출 RNA는 DNA 정보대로 실제 단백질 합성
유전자 자체 아니라 실제 기능 앞 길 열려 유전자 이용한 멸종동물 복제에도 도움줄것 같다

멸종한 동물에서 처음으로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가 복원됐다. RNA는 DNA(디옥시리보핵산)의 정보대로 단백질을 만든다는 점에서 멸종동물의 유전자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처음으로 확인할 길이 열린 것이다. 앞으로 멸종동물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노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동물학과의 러브 달렌(Love Dalén) 교수와 분자생명과학과의 마크 프리들랜더(Marc Friedländer) 교수 연구진은 1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게놈 연구(Genome Research)’에 “132년 된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학명 Thylacinus cynocephalus)의 표본에서 RNA를 추출해 수백만개의 염기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는 호주에서 1936년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완전히 멸종했다. 늑대라고 하지만 캥거루처럼 새끼가 어미 보육낭에서 자라는 유대류이다. 몸에 줄무늬가 있다고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라고도 한다.
 
◇유전자가 실제로 하는 일 확인 가능
연구진은 스톡홀름 자연사박물관에서 1891년부터 보관 중이던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표본에서 근육과 피부 시료 80mg을 채취했다. 여기서 RNA를 뽑아낸 것이다. 과학자들은 멸종한 동물의 RNA를 복원하면 새로운 차원의 연구가 가능하다고 본다.
영국의 의료진단업체인 마이크로패솔로지(Micropathology)의 올리버 스미스(Oliver Smith) 박사는 이날 네이처에 “RNA를 볼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잠재력이 있는 정보가 열린 것”이라며 “게놈(genome유전체)이 어떤지 보는 것과 달리 게놈이 무슨 일을 하는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포핵에는 생명의 설계도인 DNA가 있다. 생명체는 그중 일부를 전령리보핵산(mRNA)으로 복사해 원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DNA가 생명체라는 건물의 전체 설계도라면 RNA는 그때그때 계단이나 벽을 만드는 세부 설계도에 해당한다. RNA는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의 유전자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는 말이다.
DNA는 100만년 이상 된 화석에서도 추출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구조이지만, RNA는 쉽게 조각난다. 프리들랜더 교수는 “살아있는 세포 밖에서 RNA는 몇 분 안에 분해되거나 파괴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존 추출법을 변형해 오래 된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의 R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근육과 피부에서 유전자 506개 확인
DNA와 RNA 같은 유전물질은 4가지 종류의 염기들이 연결된 형태이다. 이 순서대로 단백질을 합성해 생명 현상을 관장한다. 유전자를 해독하는 것은 이런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연구진은 태즈메이니아 주머니 늑대 표본의 근육과 피부에서 각각 염기 8190만여개와 2억23600만여개를 복원했다. 중복된 부분과 단편을 제거하고 최종적으로 근육에서 150만개, 피부에서 280만개의 RNA 염기서열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근육 시료에서 유전자 236개를 확인했다. 그중에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액틴과 티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도 있었다. 피부 시료에서는 유전자 270개를 확인했는데, 동물의 뿔이나 털, 손발톱에 있는 케라틴 단백질 유전자도 포함됐다.
 
◇멸종동물 복원에도 도움 가능
이번 연구는 멸종동물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는 매머드와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2021년 세계적인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 하버드대 교수가 설립한 이 회사는 지금까지 2억2500만 달러(한화 2992억원)를 투자받았다. 세계적인 투자사뿐 아니라 힐튼 호텔 창업자의 증손녀인 패리스 힐튼 같은 유명인들도 콜로설의 멸종 동물 복원에 투자했다. 콜로설은 올 초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다가 멸종한 도도새를 복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지 처치 교수는 이종(異種)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능력을 보였다. 그는 먼저 빙하기에 살다가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미 시베리아의 얼음 속에 보존된 매머드 사체에서 DNA가 담긴 세포도 추출했다. 중간에 빠진 부분은 오늘날 코끼리 유전자로 채운다.
처치 교수는 매머드의 유전자를 오늘날 코끼리에 이식해 10년 내 추위에 잘 견디는 시베리아 맞춤형 코끼리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콜로설은 그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코끼리 유전자를 해독하고 줄기세포도 확립했다고 밝혔다.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복원도 같은 방법으로 추진된다. 콜로설은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복원을 위해 같은 유대류의 줄기세포를 확립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복제를 통한 멸종동물 복원이 단기간에 달성되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멸종동물을 복제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리셔스 야생동물 재단의 보존 책임자인 비카시 타타야(Vikash Tatayah)는 지난 2월 네이처에 “그렇게 많은 돈이 있다면 모리셔스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현재 생물 종들이 멸종하지 않도록 하는 데 쓰는 게 더 낫지 않은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1936년 동물원에서 찍은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그해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완전 멸종했다.

과학자들이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에서 처음으로 R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